베네수엘라는 장기간에 걸친 경제 불안과 통화 가치 붕괴를 겪어온 대표적인 국가다.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자국 화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기존 금융 시스템만으로는 일상적인 경제 활동조차 어려워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대안적 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1. 초인플레이션이 무너뜨린 베네수엘라의 화폐 신뢰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의 핵심에는 초인플레이션이 있다.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과 통화 남발, 석유 산업 의존 구조, 외환 통제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국 화폐인 볼리바르는 빠르게 가치가 하락했다. 국제 금융기구와 다수의 경제 분석에 따르면, 한때 연간 물가 상승률이 수천 퍼센트에 달하는 시기도 있었고, 화폐 단위 자체를 여러 차례 줄여야 할 정도로 통화 가치가 붕괴됐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월급을 받아도 며칠 만에 구매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시민들은 현금을 보유하는 것 자체를 위험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생필품을 사기 위해 급여를 받자마자 물건으로 바꾸는 행동이 일상화됐다. 은행에 예금을 해두는 행위 역시 의미를 잃었다. 예금 이자는 물가 상승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고,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함께 낮아졌다.
화폐가 본래 수행해야 할 가치 저장과 교환 수단의 기능이 약화되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달러화가 비공식적으로 널리 사용되었지만, 정부의 외환 통제와 현금 부족 문제로 접근성이 제한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발행량이 제한된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이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대안으로 부상하게 된다.
2. 금융 통제와 송금 제한이 만든 비트코인 수요
베네수엘라 정부는 오랜 기간 외환 유출을 막기 위해 강력한 금융 통제 정책을 시행해왔다. 개인이 외화를 보유하거나 해외로 송금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제한적이었으며, 공식 환율과 실제 시장 환율 사이의 괴리도 매우 컸다. 이로 인해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으로부터 송금을 받거나, 외국과 거래를 해야 하는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비트코인은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우회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국경을 넘는 가치 이전이 가능했고, 중간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었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났다. 기존 송금 방식보다 수수료 부담이 낮고, 송금 속도도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점이 현실적인 이유였다.
또한 일부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들은 해외 고객으로부터 대금을 받기 위해 비트코인을 선택하기도 했다. 자국 금융 시스템을 거치면 환전 손실과 행정적 제약이 컸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이러한 거래에서 일종의 중간 통화 역할을 수행했고, 이후 필요에 따라 현지 화폐나 달러로 교환되었다.
물론 모든 시민이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금융 통제가 강한 환경일수록 그 수요가 발생했다는 점은 객관적인 사실로 확인된다.
3. 베네수엘라에서의 비트코인 활용과 현실적인 한계
베네수엘라에서 비트코인이 주목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하루에도 큰 폭으로 가격이 움직일 수 있어, 생계 자금으로 사용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또한 인터넷 접근성과 전력 공급 문제도 중요한 제약 요인이다. 베네수엘라는 지역에 따라 정전이 잦고 통신 인프라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디지털 자산을 사용하려면 기본적인 기술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데, 모든 시민이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는 못했다. 스마트폰 보급률과 디지털 금융 이해도 역시 사용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정부의 태도 역시 변수였다. 한때 베네수엘라 정부는 자체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며 암호화폐 활용을 장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동시에 규제와 통제를 병행했다. 일부 채굴 활동이 단속 대상이 되거나, 정책 방향이 자주 바뀌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는 비트코인이 완전히 자유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는 데 장애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사례는 비트코인이 어떤 환경에서 주목받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화폐 가치가 급격히 붕괴되고, 금융 접근성이 제한되며, 국가 통제가 강해질수록 사람들은 기존 시스템 밖의 선택지를 찾게 된다. 비트코인은 이러한 조건에서 일종의 실험적 대안으로 활용되었고, 그 과정에서 장점과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 속에서 비트코인이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나 투기 심리가 아니다.
그것은 화폐 신뢰 붕괴, 금융 통제, 국제 송금의 어려움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했다. 비트코인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기존 시스템이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택된 하나의 대안이었다.
이 사례는 특정 국가의 특수한 상황을 넘어, 통화와 금융 시스템의 본질적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참고 자료로 남아 있다.